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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종이의 집 한국판_ 왜 굳이 시즌1, 2를 나눠서 자폭한 걸까

by REDCOPY 2023.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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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제를 기획하신 분, 반성하세요

안녕하세요 레드카피입니다. 종이의 집 한국판을 12화까지 다 보고 왔습니다. 전 포스팅에 7화, 8화가 고구마라는 얘길 했었는데 9화부터는 전개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긴장감도 있고 액션도 있고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막내 리우의 연기가 좀 아쉽기는 했지만 괜찮습니다.

만약 중간에 쉬는 텀을 두지 않고 1화부터 12화까지 한 번에 오픈했다면 제 생각에는 성적이 괜찮았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말입니다. 리뷰에는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종이의집 시즌2

 

시즌제는 교수의 계획에도 없던 일

9화부터는 전개가 빠릅니다. 도쿄는 일부러 빠져나갔던 것이고 교수와의 접선에 성공합니다. 6화와 7화 사이에 텀이 없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가장 컸던 것도 종이의 집이 9화부터 재미를 되찾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인질들에게 돈과 자유 중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것도 밖에 있는 교수와 선우진 경감의 팽팽한 줄다리기도 긴장감 있는 관전 포인트입니다. 그런 관전 포인트들을 고구마 같은 7화, 8화가 다 깎아 먹어버렸습니다.

아직 종이의 집을 안 보신 분이라면 1화부터 12화까지 정주행 하는 걸 적극 추천합니다. 어쨌든 교수는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했다고 합니다. 과거 플래시백 장면에서 나오죠. 인질들이 말을 듣지 않는 상황이 오면 돈과 자유 중 선택하게 하라고. 그리고 그 돈이란 것이 무려 30억입니다. 인질이라도 동공이 흔들릴만한 액수입니다. 그렇게 교수는 철저히 계획을 세웠습니다. 드라마 전체 내용 중에서 교수가 예상하지 못한 건 선우진 경감에게 진심이 될 거라는 것뿐입니다.

 

종이의집 시즌2

 

캐릭터 표현을 위한 시즌제였나

조폐국 밖의 빌런이 김상만 의원이라면 조폐국 안의 빌런은 조폐국장 조영민입니다. 두 빌런은 1화부터 12화까지, 아주 끝까지 빌런 역할에 충실합니다. 김상만은 어떻게든 사건을 은폐하려고 공권력을 총동원합니다. 그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들의 안전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전 부인인 선우진 경감의 안위도 마찬가지고 말입니다. 조영민은 눈앞에 닥친 자신의 처지만 챙기는 캐릭터입니다. 자기에게 유리한 상황에 빌붙는 박쥐와도 같습니다. 12화 끝에 혼자 불쌍해지기도 합니다. 30억을 눈앞에서 버려버립니다. 자신도 모르게 말입니다.

어쨌든 종이의 집 빌런들은 캐릭터 성격을 끝까지 유지합니다. 반면에 강도단과 인질 중 몇몇은 드라마 끝 무렵에는 전혀 다른 성격이 되어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전반부와 후반부를 나눈 건 캐릭터를 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어서 그랬나 싶기도 합니다. 베를린이 교수와 형제인 것도 뒤에 밝혀지고 혼자 뚱 떨어져 있는 느낌이었던 그가 강도단에 마침내 가족으로 흡수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서울이라는 새로운 캐릭터에게 처음으로 진심이라는 걸 보여주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죽음과 헤어짐도 연출됩니다. 그 과정에서 강도단은 더욱 끈끈해집니다. 멍청한 철부지 같았던 리우도 뭔가 마음속에 반짝하는 것이 생겨요. 그런데 리우 캐스팅은 좀 안타깝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전반부와 후반부를 잘라 놓은 게 캐릭터 부각에는 좀 효과적이었을 수도 있었겠습니다. 덕분에 스토리 전개를 망쳐버렸지만 말입니다.

 

종이의집 시즌2

 

결말에도 별 도움이 안 된 시즌제

강도단은 우여곡절 끝에 탈출하고 시민들은 모든 것이 위정자들의 농간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결말을 보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강렬한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면 1화부터 한방에 빵 터뜨리는 게 더 효과적이었을 텐데'라는 생각 말입니다.

마지막에 종이의 집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나옵니다. 돼지 저금통을 상징하는 돼지 풍선들이 평화 광장 하늘로 두둥실 떠오릅니다. 진짜 돼지 저금통입니다. 풍선이 터지면서 3억 불, 한화로 3천억이 넘는 돈이 나풀나풀 쏟아져 내립니다. 이 쇼는 보는, 겪는 사람들로 하여금 강도단의 목적이 돈이 아니었다라는 걸 강하게 인지시키는 쇼인 셈입니다. 동시에 강도단의 주장에 힘을 실어줍니다. 공권력과 재벌가가 연합해서 자신들의 배를 불리려 했다는 것 말입니다. 인질 협상 캠프에까지 쫓아와서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뿌리던 김상만은 시민들 앞에서 아니라고 변명하기 급급한 모습을 보이며 마무리가 됩니다. 이제 시민들은 강도단의 가면을 쓰고 촛불을 듭니다.

 

종이의 집은 우리의 것이다

 

강한 메시지입니다. 그런데 시즌을 나누면서 이 메시지도 힘을 잃었습니다. 스토리가 에스컬레이터 되어야 마지막 피날레가 힘을 받는 것인데 그걸 중간에 끊어 먹었으니 말입니다. 후반부만 보면서 다시 감정선을 잡고 이야기에 몰입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한 시청자 생각은 왜 안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후반부가 시작되기 전 사람들이 전반부의 감정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요? 제작진들은 종이의 집에 대한 시청자들의 충성도가 그렇게 높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요?

 

종이의집 시즌2

 

제작진, 연출진들에게 바라는 시즌제는

시즌제가 득이 된 드라마도 물론 있습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대표적입니다. 시청자들은 자그마치 일 년을 기다렸습니다. 구구즈 짤들을 돌려보면서 말입니다. 충성도가 그 정도는 되어야 시즌제가 의미가 있는 거라고 전 생각합니다. 종이의 집 한국판은 시작부터 구설수에 올랐던 드라마입니다. 원작과의 비교도 있었고 캐스팅에 대한 불만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강력한 한 방을 생각했어야 합니다. 시즌 나누면서 머리 굴리는 대신 말입니다. 시청자들은 기다리지 않습니다. 볼거리가 너무나 많습니다. 타당한 근거가 없다면 앞으로 시즌제는 사양합니다. 

 

다음 리뷰는 더 글로리 준비해서 오겠습니다. 

 

종이의집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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