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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넷플릭스 더글로리_ 문동은의 복수를 환영합니다

by REDCOPY 2023.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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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상처는 끝나지 않았다, 어른이 될 때까지

안녕하세요 레드카피입니다. 더글로리 1부를 정주행 했습니다. 1, 2화를 보며 불편했던 마음이 회차를 거듭하면서 점차 변했습니다. 안타깝고 또 슬펐습니다. 어떤 지인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저건 드라마니까 저렇게 심한 거지."

정말 그럴까요? 학교라는 현장에서 벗어나 있는 어른들은 알지 못하던, 아니 관심 갖지 않던 세계가 더글로리를 통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연예인들이 학폭 고백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어쨌든 더글로리에 대한 리뷰 시작하겠습니다. 

 

더글로리

 

도움받지 못한 외면당한 아이, 문동은

더글로리의 첫장면은 맞아서 피투성이가 된 문동은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경찰서에서 가해자들은 부모가 데려가는데 문동은만은 담임이 와서 데려갑니다. 하지만 담임도 동은의 편이 아닙니다. 그저 자신이 욕먹지 않기 위해 사건을 덮으려 할 뿐입니다. 저는 동은의 담임이 드라마에서 보이는 극단적 악역으로 연출된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아직까지 대한민국 땅에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제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선생이 존재하지 않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실을 똑바로 보기 불편한 제 마음일 뿐입니다. 

동은은 학교에서 심한 학교폭력에 시달립니다. 박연진을 주측으로 한 전재준, 이사라, 손명오, 최혜정의 무리에게 매일 맞고 맞고 또 맞습니다. 학교에서 맞는 것도 모자라 박연진 팸은 동은의 집까지 찾아옵니다. 

 

신나면 더 까매지던 눈동자
웃을 때 올라가던 입꼬리
머리카락 한 올까지 아름답던 그걸 다 합치면
그게 증오야

 

고작 18살 소녀. 소녀의 부모는 아이를 버리고 가해자 부모에게 합의금을 받아 도망가버립니다. 소녀의 담임은 교감에게 자신의 고통을 알렸단 이유로 아이를 무자비하게 때립니다. 소녀를 돕고 싶었던 보건교사는 쥐도 새도 모르게 학교에서 쫓겨납니다. 고작 18살 소녀에게는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복수하기로 결심합니다. 

 

더글로리

 

타당하게 느껴지는 문동은의 복수

문동은은 자퇴 후, 검정고시를 거쳐 어렵게 어렵게 임용에 합격합니다. 그 과정은 무척 길고 지난합니다. 괴로웠을 것이고 힘들었을 것이고 혼자 버티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하나만 생각했을 겁니다. 바로 박연진입니다. 드라마의 대사들이 문동은의 인생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문동은의 독백은 언제나 연진아로 시작하고 연진아로 끝납니다. 문동은의 수십 년은 그렇게 박연진 하나였습니다. 

그리운 연진에게
매일 생각했어 연진아, 난 너를 어디서 재회해야 할까
널 다시 만났을 때
너의 이름을 잊고 너의 얼굴을 잊고
누구더라?
제발 너를 기억조차 못하길

 

문동은의 복수는 이렇게 보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경도를 가진 광석을 고르고 골라 날카롭게 갈고 갈아 만든 칼. 그 칼로 천천히 찔러 들어가는 그런 복수. 그 과정을 보는 시청자인 우리는 문동은을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제발 어느 하나 용서치 않기를 바라죠. 동은은 아직도 그 끔찍한 폐허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으니까요. 상처가 덧나도록 긁고 악몽을 꾸고 대낮에도 트라우마에 시달립니다. 복수를 계획하는 모든 순간들이 동은에게는 과거를 떠올리는 일입니다. 

복수를 멈출 수는 없냐는 주여정 선배(이도현)의 말에 동은은 말없이 자신의 과거 상처들을 보여줍니다.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그녀를 괴롭히는 처참한 상처들을 말입니다. 그 상처들을 보고 여정은 바로 마음을 바꿉니다.

"할게요 망나니, 칼춤 출게요. 말해봐요. 뭐부터 하면 돼요?"

여정의 이 대사는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과 같습니다. 동은아 꼭 복수에 성공하자 반드시 성공하자.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고통에 대한 그녀의 복수는 타당합니다. 

 

더글로리

 

드라마 바깥의 문동은들을 떠올리게 하는 더글로리

더글로리의 결말은 충분히 예상됩니다. 가해자들이 당연히 벌을 받을 겁니다. 사회적, 경제적 지위의 박탈. 가족 내에서의 추방. 어쩌면 목숨까지도 말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받을 벌이 어떤 형태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문동은입니다. 문동은이 드라마 끝에, 복수 끝에 얼마나 자유로워질 지가 중요합니다. 문동은 자신도 몸의 상처가 더 이상 덧나지 않기를 바라고 악몽에서 벗어나길 바라고 있으니 말입니다. 대사에서도 그렇게 말합니다. 박연진 널 기억조차 못하고 싶다고.

문동은이 박연진을 잊지 못하는 결말이라면 그건 잊지 못해 슬플 듯 합니다. 그리고 문동은이 진정 자유로워진다고 하면 드라마는 행복하지만 드라마 바깥의 현실을 생각하게 되니 슬플 듯합니다. 밖에는 구원받지 못한 수많은 문동은이 있을 테니 말입니다. 

 

더글로리는 넷플릭스에서 18세 이상 관람가입니다. 잔인한 장면들 때문입니다. 18세 이상 관람가로 진행되는 잔인한 장면들을 18세 이하 미성년자들이 직접 행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적어도 더글로리를 시청하는 어른이라면 말이죠. 

김은숙 작가가 정말 칼을 갈고 쓴 시나리오라고 들었습니다.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을 겁니다. 그 말들을 정제하고 다듬어서 만든 드라마가 더글로리입니다. 2부 끝까지 정주행 갈 예정입니다. 

 

우리 같이 천천히 말라 죽어보자

 

더글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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