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그들은 브로커가 아닌 가족이 되었다
안녕하세요 레드카피입니다. 넷플릭스에 기다리던 영화가 업로드되어서 바로 보고 왔습니다. 바로 브로커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송강호, 배두나, 강동원, 아이유가 만났습니다. 신기한 조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는 잔잔하면서도 숨기고 싶고 피하고 싶은 인간의 본성을 찌릅니다. 이번 영화도 그럴까 하고 기대하면서 봤어요. 리뷰 시작하겠습니다.
버려진 아이로부터 시작된 인연
영화는 부산교회 베이비박스에 소영(아이유)이 아기를 두고 가면서 시작됩니다. 동수(강동원)와 상현(송강호)은 베이비박스에서 아이들을 빼돌려 팔아넘기는 일명, 브로커들이고요. 동수와 상현은 소영의 아기인 우성이를 빼돌리게 됩니다. 대부분 아기의 엄마는 아기를 다시 찾으러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소영은 다시 아기를 보기 위해 교회로 오고 거기서 동수와 상현이 자신의 아기를 빼돌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베이비박스를 인신매매에 이용할 생각을 하다니, 정말 대담하네요."
소영의 말에 동수와 상현은 태연합니다.
"우리는 우성이를 그런 어두운 미래에서 구원시켜 주고 싶은 겁니다."
소영은 우성이를 입양보내는 거래 장소에 자신도 가겠다고 하게 되고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아기라는 판매 물품
앞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인간의 감추고 싶은 부분을 찌른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야기 전반부에는 불편한 내용들이 나옵니다. 아기를 거래하는 상황과 값을 흥정하는 구매자들의 대화는 이게 실제로 있는 일인가 싶을 정도로 인상을 찌푸리게 합니다.
"할부로 할게요 할부, 12개월 되죠?"
소영은 이 대화를 듣고 쌍욕을 하면서 거래 현장을 망쳐버립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우성이의 입양에 직접 뛰어듭니다. 그런 소영을 보며 동수는 탐탁지 않습니다.
"버리는 사람이 있으니까 파는 사람이 있는 거야."
하지만 동수에게도 아픈 사연이 있었습니다. 자신도 보육원에 버려진 아이였던 겁니다. 소영에게서 자신을 버린 엄마를 투영해 보는 건 어쩔 수 없고 말입니다. 소영은 우성이의 아빠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습니다. 그저 원하지 않았다는 말만 합니다. 하지만 소영에게도 우성이를 베이비박스에 버려야 했던 이유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죄의 시작을 묻는 질문
수진(배두나)는 여청과 형사입니다. 아기를 밀매하는 현장을 덮쳐서 동수와 상현을 체포하려 하죠. 그리고 잠복수사 과정에서 브로커들에게 화를 내고 냉정했던 태도가 서서히 변화합니다. 우성이에 대한 브로커들의 태도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소영의 사연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까요? 최선을 다해 아기에게 좋은 부모를 찾아주려는 브로커들의 모습이 비해 아기를 빨리 팔아넘기길 바라는 형사들의 모습이 오히려 독해보이는 장면도 있습니다. 키우지도 못할 거면서 왜 낳았냐고 독설을 뱉는 수진에게 소영은 반문합니다.
"낳고 나서 버리는 게 낳기 전에 죽이는 것보다 죄가 더 가벼워?"
하지만 영화는 아이의 엄마에게 무조건 죄를 씌우지 않습니다. 아빠의 책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소영이 우성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죄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나? 아이를 지킬 수 없는 상황, 아니 그 이전에 본인을 지킬 수 없는 상황에서부터 그런 비극은 시작된 게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마침내 존재를 인정받은, 버려진 사람들
이 영화를 관통하는 대사는 이거라고 생각합니다.
"태어나줘서 고마워."
보육원에서 키워진 어른, 보육원에서 자라는 중인 아이, 세상에 버려진 엄마, 엄마에게서 버림받았던 아기, 그리고 가족들이 등 돌린 아빠. 모두가 불행하고 행복해진 여지는 없는 듯 보이는 인물들입니다. 그런 상처받은 인물들이 우성이를 중심으로 모여 서로를 다독입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말해줍니다.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마음이 울렁였습니다. 너무 오래된 상처라서 그게 당연한 줄 알았던 인물들이 자신을, 자신을 아프게 한 과거를 용서하고 서로를 다독이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왠지 안심이 되었습니다. 결국 우성이는 자신을 진정으로 걱정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하게 됩니다. 수진의 도움이 컸습니다. 마지막 대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우성이 미래에 대해서 다같이 의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가족의 본질에 대해 곱씹게 만드는 영화 브로커. 고레에다 감독의 가족 영화를 모르는 분도 이 영화를 보시면 다른 영화도 찾아보고 싶어질 거라 생각됩니다. 지금 넷플릭스에서 브로커를 보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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