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레드카피입니다. 지난주에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이 업로드 되었습니다. 근 두 달 동안 넷플릭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엄청난 양의 예고편 컨텐츠들을 내보냈었죠. 그만큼 넷플릭스 측에서 심혈을 기울인 작품입니다. 돈 쓴 기획방향대로 영화 길복순은 전 세계 3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결론으로는 영화 퀄리티와 무관한 순위인 듯합니다. 아쉬운 점을 리뷰해 보겠습니다.
오픈 전부터 너무 높아져 버린 기대치
길복순은 킹메이커를 연출한 변성현 감독 작품입니다. 전작이 워낙 성공적이었어서 사람들의 기대가 일단 높았습니다. 게다가 전도연이란 대배우가 킬러로 변신한다는 점이 엄청난 이슈가 되었죠. 때마침 전도연 주연의 드라마 일타스캔들의 시청률도 성공적이었습니다. 전도연의 상대배우 설경구는 믿고 보는 흥행보증수표 배우임은 물론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넷플릭스측에서 기대감을 굉장히 높여 놓았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영화 길복순의 마케팅이 너무 과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의 딱 절반만 했어도 영화 1위를 놓치지 않았을 겁니다. 일단 기본은 갖춘 영화이니 말입니다. 감독의 연출력, 배우들의 연기력이 일단 기본은 깔고 갑니다. 그런데 여기에 사람들의 기대를 너무 높여놓아서 막상 열어보니 생각보다 별로라는 반응이 나오는 듯 합니다. 예고편이 전부였다는 의견을 많이 보았습니다. 가만히 둬도 공부 잘하는 자식, 주변에 자랑을 너무 많이 해서 아이 부담감만 잔뜩 높여 놓은 꼴입니다.
킬빌 또는 킹스맨의 그림자
길복순을 보며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빌, 저수지의 개들 등이 보는 내내 오버랩된다는 의견들을 보았습니다. 변성한 감독의 인터뷰를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그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감독 중에 쿠엔틴 타란티노가 있지 않나 예상해봅니다. 길복순의 액션씬이나 캐릭터들의 의상들을 보며 저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깔끔한 수트를 입은 채 펼쳐지는 액션씬, 콜라주 되듯이 썰리는 장면의 구성, 슬로우와 페스트가 반복되는 연출 등 모두 익숙했습니다. 영화 킹스맨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킹스맨이 처음 스크린에 걸렸을 때 전 세계적으로 충격이 어마어마했죠. 그런 키치적인 스타일의 액션 영화는 처음이었으니 말입니다. 만약 변성한 감독이 일부러 그 영화들을 오마주 한 것이다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참 잘 따라 했네요라고 할 수밖에요. 영화를 보는 동안의 아쉬움은 관객 몫이니 말입니다.
뭔가 아쉬운 엄마 길복순의 서사
저 역시 엄마 입장입니다. 그런데 엄마로서의 길복순에게 깊게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킬러이고, 출장이 잦고, 아이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 길복순은 딸을 비싼 사립학교에 보내고 하고 싶은 걸 다 하도록 해줍니다. 영화 중에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온 딸이 등에 커다란 첼로를 메고 있는 장면이 있습니다. 비싼 돈을 주고 레슨을 하는 거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킬러 엄마인 길복순은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점이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감독은 킬러와 엄마 사이에서 갈등하는 길복순의 모습과 그런 길복순을 닮은 딸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고 싶어했던 듯합니다. '킬러'라는 강력한 특수성 과 쌍벽을 이루는 갈등을 만들기 위해 '동성애'라는 자극적인 코드까지 들고 나온 걸 보면 말입니다. 하지만 정작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길복순과 딸의 관계보다는 아빠가 차민규일 것이다, 딸이 학교를 관두고 킬러를 할 것이다 등등 주변 가십거리에만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길복순과 딸의 서사가 약했다는 뜻일 것입니다.
영화에서 길복순이 딸을 걱정하는 모습이 몇 있습니다. 하지만 딸을 걱정하는 모습이 아니라 킬러인 자신의 모습이 들킬까봐의 감정이 훨씬 강합니다. 그건 엄마의 모습이 아니죠. 혹시 감독의 의도가 엄마 길복순이 아닌 길복순의 모습 1, 2 이런 거였다면 또 할 말은 없습니다.
넷플릭스가 대대적으로 마케팅을 펼쳤던 길복순은 대부분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이야기의 배경이 신선한 면도 있었고 배우들의 연기, 따라한 듯 하긴 하지만 잘 따라했네 싶은 연출 등은 손뼉 쳐주고 싶습니다. 변성한 감독의 다음 작품이 오히려 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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