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누르고 보는 유튜브 채널이 몇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그알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볼 수 있는 지선씨네마인드입니다. 범죄심리학자의 눈으로 영화를 바라본다는 게 무척이나 재미있습니다. 결국 사람의 심리를 파고든다는 점에서 영화감독과 심리학자는 동일 선상에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터널 선샤인은 아주 예전에 흥미로운 구조의 영화다 라고 생각하며 봤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너무 어려서 이별에 대한 감정들이 좀 무뎠었지요. 그런에 지선씨네마인드의 컨텐츠로 다루길래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다시 보니 또 다른 장면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 때는 몰랐던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지선씨네마인드 이터널 선샤인 방영분 ▼
이별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터널 선샤인을 다시 보며 든 생각은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헤어지기까지 정말 오래 걸렸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상대의 매력에 빠져 사랑을 하게 됩니다. 박지선 교수에 따르면 서로 다른 성향의 커플들보다 서로 비슷한 성향의 커플이 우세하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 사람도 나와 같구나 라는 심적 안정이 남녀 관계 아니, 남녀 관계 뿐만 아니라 동료 친구 관계에서도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서로 다른 매력에 끌렸습니다. 시작부터 비슷한 성향의 커플들보다 리스크를 좀 더 안은 채 시작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만남을 이어나가는 동안 나누는 말, 보이는 행동들이 쌓이면서 관계는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무엇이든지 소통하고 나누고 싶어하는 클레멘타인과는 달리 조엘은 자신만의 세계를 단단하게 구축하고 싶어합니다. 클레멘타인은 그런 남자가 답답했을 것이고 반면 조엘은 왜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나눠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겠죠.
저 역시 다양한 관계들을 지나오면서야 알게 된 사실 입니다. 바로 이해할 수 없는 걸 그냥 두느냐, 아니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느냐에 따라 관계의 지속이 결정된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가 던진 말이 나에게 상처가 될 때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대화를 보면 참 갑갑합니다. 클레멘타인의 '나 아파'를 진짜 '나 아파'로 받아들이는 조엘이나, '나 외로워'를 '나 아파'라고 표현하는 클레멘타인이나 비슷해 보입니다. 예전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유행한 적이 있었죠. 서로 마주보고 이야기를 하지만 전혀 다른 의도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지선씨네마인드에서 포인트로 잡은 장면 중 하나는 클레멘타인이 아이를 갖고 싶다 말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조엘은 니가 어떻게 아이를 키우냐고 응수하죠. 저는 그 장면을 다시 보면서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클레멘타인이 얼마나 상처받았을지 느껴졌거든요. 조엘 너와 함께 하고 싶어 오랫동안 곁에 있어줘 라는 의미로 한 그 말이 비난이 되어 돌아왔으니 말입니다. 영화 전반에서 조엘이 밉상으로 얘기하는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약함은 드러내기 싫은 클레멘타인 역시 애둘러 표현하는 잘못도 있습니다.
결국 말로 서로를 상처주고 끝납니다. 그리고 그 패턴이 끝없이 반복됩니다. 마지막 이별의 모습에서도 둘은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말죠.
연습이 없어서 더 힘든 사랑
이터널 선샤인의 반전은 기억을 지운 상태에서도 다시 둘은 사랑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두 번째 만남이 어찌될지 상상하는 건 관객의 몫으로 남았죠. 사랑에는 연습이 없습니다. 같은 상대에 대해서는 말입니다. 혹시 그런 경험이 있지 않으세요? 그 사람 참 좋았는데 그 때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서로 다르게 행동하고 말했다면 지금 달랐을텐데... 하는 경험 말입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할 때 우리는 한 단계씩 성숙해갑니다. 하지만 똑같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는 그게 힘들죠. 이미 상처를 받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굉장히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팠던 기억을 모두 지우고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기억을 지웠으니 성장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잠재되어 있는 무의식 속에서 다른 방법들이 나올 수도 있겠죠. 관객들은 그걸 기대하게 되고요.
어른들 말 중에 많은 사람을 만나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건 관계를 연습해나아가는 만큼 나도 덜 상처받고 상대도 덜 상터받는 걸 배우기 때문입니다. 내가 아프면 상대도 아픕니다. 배려는 그 생각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고요. 그리고 배려는 사랑의 기본 바탕입니다.
지선씨네마인드를 통해 옛 영화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유튜브에서 미방영분까지 볼 수 있으니 구독 눌러놓고 틈틈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요즘 그냥 영화를 보는 것보다 이렇게 해석본을 보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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