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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자산어보: 오랜만에 맡아 보는 짙고 깊은 영화 냄새

by REDCOPY 2023.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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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레드카피입니다. 넷플릭스에서 자산어보를 감상하고 왔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마음속까지 울리는 영화를 만났습니다.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유배지에서 보낸 17년의 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영화 자산어보는 설경구, 변요한 배우의 연기와 탁월한 연출이 만나 누가 봐도 높은 평점에 이견이 없을 만한 작품입니다. 

 

영화 자산어보

 

흑백을 선택한 감독의 의도

영화를 왜 흑백으로 찍었는가에 대한 의문은 영화를 보면서 알 수 있습니다. 흑산도. 정약전(설경구)이 유배를 떠난 흑산도는 그에서 어둠에 싸여 검고 무서운 섬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창대(변요한)라는 인물을 만나 바다와 바다 생물을 알게 되고, 그곳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흑산은 더 이상 검고 무서운 섬이 아니게 됩니다. 영화 속에서 창대는 정약전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이 어둠에 묻혀 못 돌아갈까 두렵다."

그래서 흑산이 아닌 자산으로 이름을 바꿔 부릅니다. 흑백의 영화는 흑산이 아닌 자산을 언급하는 순간, 그 검은빛이 누그러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정약전의 흑산도는 겉에서 보기에는 암울하고 회색의 세상이지만, 그는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습니다. 창대라는 제자를 두었고 자산어보라는 책을 남겼으니 말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흑백에서 컬러로 흑산도의 풍경이 전환됩니다. 딱 한 장면입니다.  푸른 바다에 검은 모습으로 떠있는 흑산도의 색은 어두워보이지 않습니다. 그 색이 바로 정약전이 늘 마음에 품었던 흑산도의 색이 아닌가 싶습니다. 감독은 흑산도의 본래 색을 모든 이야기의 마지막에 넣었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관객 역시 흑산의 검은색을 특별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영화 자산어보

 

위리안치 정약전과 밖을 향하는 창대의 대비

정약전은 17년을 흑산도에서 보내고 결국 죽음을 맞이합니다. 반면에 창대는 정약전에게 글을 배워 과거를 보고 작은 벼슬까지 얻게 됩니다. 선생인 정약전에게 하직인사를 하며 창대는 말합니다. 

"지는 자산어보보다 목민심서의 길을 택하겄습니다."

창대는 꿈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배운 성리학과 정약용이 지은 목민심서를 가지고 백성들을 편안하게 도모하겠다는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꿈은 곧 추락하고 맙니다. 세상은 썩을 대로 썩어있고 자신이 발버둥 쳐봤자 무엇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빠르게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제야 정약전이 말한 모두가 평등하고 임금도 필요 없는 세상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미 모든 것을 경험하고 흑산도에 위리안치된 정약전과 밖에서  이를 직접 경험하는 창대의 모습은 사뭇 대비됩니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안타깝지만 두 사람 모두의 마음에 깊게 공감하게 되고 말입니다. 정약전은 떠난 창대를 그래도 기다리면서 자산어보를 완성해 나갑니다. 

 

영화 자산어보

 

자산어보로 이어지는 두 사람의 진심

영화의 시작도 결말도 모두 자산어보입니다. 물고기의 길이 있듯이 사람도 흘러가는 사람의 길이 있다는 걸 영화는 알려줍니다. 정약전이 남긴 마지막 편지를 읽으면 창대는 다시 한번 스승의 진심을 알게 되고 흑산을 새삼 사랑하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않지만 또 다른 세상을 꿈꾸고 있는지 모릅니다. 자신의 스승이 꿈꾸었던 세상을 그대로 꿈꾸게 될 수도 있고, 더 나아간 새로운 방향을 떠올렸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죽음도 두 사람의 유대를 끊지는 못했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편지 속 정약전의 독백이 무척이나 깊게 느껴집니다. 

"네 덕분에 음험하고 죽은 검은색 흑산에서 그윽하고 살아있는 검은색 자산을 발견하게 되었다. 창대야, 학처럼 사는 것도 좋으나 구정물 흙탕물 다 묻어도 마다하지 않는 자산 같은 검은색 무명천으로 사는 것도 뜻이 있지 않겠느냐."

 

창대는 스승 정약전의 사상을 두려워했습니다. 사학 역시 가족을 망하게 할 악이라고 했고 말입니다. 그러나 더 이상 창대에게 사학은 죄가 아닙니다. 물고기가 먼바다로 나가는 것처럼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새로운 방법을 찾아 창대는 나아갈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천주교가 핍박을 받고 기득권이 자신의 뱃속만 불리던 시대에 힘들었던 사람들과 정의를 꿈꾸던 인물들을 잘 보여주는 영화 자산어보. 그 시대를 스승과 제자 두 인물을 통해 너무도 잘 보여주는 영화여서 보는 내내 고맙고 또 감동적이었습니다. 모든 분들께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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