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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 로맨스를 가장한 대한민국 양형 돌려까기

by REDCOPY 2024.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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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드라마에서 이렇게 살벌하게 깔 줄은.

얼마 전 종영한 지옥에서 온 판사는 결국 대한민국 양형을 돌려 까는 드라마였다. 물론 MSG를 쳤겠지만 평소 국민들이 느끼는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분노는 고스란히 담겼다고 판단된다. 반성하지 않는 범죄자를 향한 분노. 그리고 그 범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내리고 또 내려버리는 법을 향한 분노. 하지만 정말 이 정도로 때리고 피를 터뜨릴 줄은 몰랐다.

 

 

 

드라마의 흐름은 이렇다. 악마 유스티티아가 인간세계에 내려와 판사 강빛나로서 범죄자들에게 판결을 내린다. 그런데 그 판결이 솜방망이 처벌이고 범죄자는 풀려난다. 왜? 유스티티아가 직접 죽여서 지옥으로 보내기 위해서. 그 과정에서 유가족은 법원에서 1차 큰 분노를 하게 되고 2차 범죄자가 변사체로 발견되었다는 사실에 충격과 허탈함을 느낀다.

하지만 시청자는 유가족들이 못 보는 장면을 고스란히 보게 된다. 바로 유스티티아가 범죄자를 당한 그대로 되갚아 주는 장면을 말이다. 

 

교제폭력의 피의자는 본인도 교제폭력의 고통 속에서 유스티티아의 칼을 맞았다. 선의 가면을 쓴 추악한 악덕사장도 골프공에 처맞고 놀이공원에서 처맞고 살려달라고 빌다가 죽는다. 처음 주먹을 날리는 장면은 상당히 통쾌하지만 피의자가 피를 흘리면서 살려달라고 비는 모습은 한편으론 불편하다.

잔인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법원에서 내리는 양형으로는 저런 처절한 후회가 나올 리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악마를 눈물 흘리게 할 정도로 큰 유가족의 분노

유스티티아는 판결을 내리며 피의자들에게 묻는다. 죄를 인정하는지, 반성하고 있는지, 피해자들에게 용서는 받았는지.

당연히 세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 NO. 

 

그 중에서 에피소드 8화에 나온 악덕사장 최원중의 대답은 가소롭기 그지없다. 자신은 주님께 용서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 무슨 멍멍이 같은 소리인지.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는 회차마다 계속 말한다. 용서는 피해자에게 구해야 하는 것인데 왜 범죄자들은 판사나 신에게 잘못했다고 싹싹 비는지 모르겠다는 것을. 용서를 구하는 대상의 방향부터 잘못되었으니 용서를 받을 수 있기는커녕 죄만 더 불어나는 판이다.

 

유스티티아는 점점 인간화가 되면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결국 피해자의 유가족을 향해 눈물까지 보이는 게 된다. 악마가 말이다. 아무리 인간화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악마라는 존재가 감정의 동요를 일으킬 정도라면 유가족들이 가진 마음 속의 슬픔과 분노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조차 안된다. 

 

 

 

연쇄살인마 J를 향해 "나는 너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라며 온몸으로 우는 엄마와 그런 그녀를 비아냥 거리는 J의 독대 장면에서는 내가 TV 속으로 들어가고 싶을 정도였다.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 건지. 연쇄살인마 J는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결국 반성 따위는 1도 없는 모습이었다.

사형이 선고되지만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대한민국. 어찌 어찌 살아갈 거라는 범죄자의 비열한 웃음. 모든 장면들이 지옥에서 온 판사 유스티티아가 J를 응징하는 장면을 위한 빌드업이긴 하지만 현실과 그렇게 다르지 않은 장면이기도 하다. 

 

 

 

용서는 없다

마지막 장면에서 강빛나(유스티티아)와 로맨스 상대인경찰 한다온의 대화다. 

 

강빛나 : ...근데 사람을 죽여야 해요. 10명. 경찰에 검거될까 봐 무서운 게 아니에요.

한다온 : 그럼 뭐가 걸리는데요?

강빛나 : 죄인을 죽이려면 가벼운 형량을 선고해서 풀어줘야 해요. 그럼 또다시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겠죠.

한다온 : ...(중략)...나도 어떻게 판단하든 믿어요. 

 

경찰과 판사의 대화이지만 피의자를 죽이면 안 된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다. 이렇게 죽이든 저렇게 죽이든 지옥으로 보내라는 얘기다. 

악당에게 용서는 없다. 반성을 한다해도 용서를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수 십년 동안 대한민국을 흔들었던 범죄자들이 많았다. 국민들은 그들에 대한 판결에 많이 분노했었다. 그러나 어떤 판결도 시원하지가 않았다.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가 인기리에 종영할 수 있었던 건 지상파 드라마 치고 무척이나 잔인했지만 그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어떤 대리만족 때문이었을 것이다. 

 

드라마는 성공했고 또 재미있었지만 마음에 남는 이 찝찝함은 글쎄,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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