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마음에 쏙 드는 시리즈였습니다. 총 4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는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폭군'은 이게 뭔가를 끊임없이 궁금하게 만듭니다. 그러다가 보는 사람의 궁금증이 한계치에 간당간당하게 올 때쯤 빵! 하고 휘몰아치죠. 긴박감과 액션만으로도 봐야 할 이유가 충분한 시리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박훈정 감독 사단, 디테일한 액션과 심리를 보여주다
박훈정 감독의 마녀 시리즈를 보지 않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폭군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즐길거리가 가득합니다. 오히려 폭군을 보고난 뒤 마녀는 대체 어떤 내용인데 라며 궁금증이 생길 거라 확신합니다.
박훈정 감독은 이번 폭군 시리즈에서 이미 작업한 적이 있는 배우들만 샤샤샥- 뽑아서 주요 캐릭터들을 채웠습니다. 그만큼 날을 갈았고 실패는 없다는 의지일 거라 생각합니다. 감독의 눈을 정확했다고 생각합니다. 연기, 그냥 연기를 잘하는 게 아니라 디테일하게 속고 속이는 관계 속의 긴장감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들을 잘 꽂아 넣었으니 말입니다. 팽팽한 대립 구도 속에서 어느 한쪽이 밀리지 않을 수 있는 건 감독의 디렉션을 잘 받을 수 있는 역량 있는 배우들의 열연 덕분입니다. 폭군, 볼까 말까 고민된다면 일단 배우를 믿고 봐도 될 듯합니다.
왜 시리즈로 했을까, 궁금증은 볼수록 풀린다
4개 에피소드가 전부입니다. 그것도 한편당 40분 정도입니다. 이 정도면 좀 간추려서 영화로 만들어도 되지 않았나? 싶은 정도의 길이입니다. 하지만 4개 에피소드가 하나씩 차례로 진행되는 동안 이건 시리즈물이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줄거리를 길게 빼서 결말을 억지로 가리려는 꼼수는 없습니다. 에피소드에서 에피소드로 넘어갈 때 쉼표가 필요할 뿐이었던 겁니다. 예를 들어 에피소드 1의 끝에 폴이 등장합니다. 만약 영화였다면 폴(김강우)의 등장과 함께 다음 사건이 휘몰아치듯 전개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에피소드를 나누는 시리즈 형태를 취했기 때문에 폴에 대한 궁금증은 그 짧은 텀 사이에 증폭될 수밖에 없습니다. 폴, 저 캐릭터는 뭔데 저렇게 잔인하고 당당하지? 가 궁금하던 찰나에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식인 거죠. 모든 에피소드가 그런 식입니다. 궁금한 찰나에, 긴장된 찰나에 끊깁니다. 머리를 잘 썼죠.
치우치지 않는 캐릭터 싸움, 그 사이에 놓인 폭군 프로그램
폭군을 꿰뚫는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초인 프로젝트인 일명 폭군. 그 바이러스의 마지막 샘플을 도둑맞은 최국장(김선호). 그리고 폭군 프로그램의 존재를 알게 된 정부기관. 폭군 프로그램을 차지하기 위한 맞대결. 그리고 결과.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캐릭터의 개인사가 구구절절하게 늘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사건, 즉 폭군 프로그램을 되찾는데 절대적으로 집중되어 있달까요? 최국장이 폭군 프로그램 개발팀 선배들에게 이쁨 받았다는 얘기는 나오지만 거기에 어떤 지난한 서사는 없습니다. 은퇴한 조직원 임상(차승원)의 꿈이 기차 카페라고 하지만 왜 그렇게 됐는지에 대한 애달픈 사연은 없습니다. 자경(조윤수)이 정신분열증으로 오빠와 본인, 두 가지 인격을 한 몸에 가진 걸로 나오지만 왜 그런지에 대한 건 나오지 않습니다. 스토리의 큰 맥락에는 불필요하니까요.
박훈정 감독은 오직 폭군 프로그램을 누가 차지하게 되는가에 대한 길만 집요하게 보여줍니다. 그 과정이 너무나 디테일하고 긴장돼서 이 시리즈가 마치 토털 한 시간짜리로 보일 정도로 말입니다.
4개의 에피소드, 대략 160분의 러닝타임이 2시간보다 짧게 훅 지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뻔하지 않은 액션물을 원하는 분, 박훈정 감독 스타일의 영화를 좋아하는 분, 배우 차승원을 좋아하시는 분(ㅎㅎㅎ)은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캐릭터들의 접점을 이렇게 치밀하게 엮어낼 수도 있구나, 묘사할 수 있구나를 알게 되는 작품입니다.
앞으로도 박훈정 감독 작품이 정말 기대가 됩니다. 여전히 오르막길을 걷고 있는 영화인 중 한 명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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