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셰지만 나쁘지 않은 영화
안녕하세요 레드카피입니다. 오늘은 경관의 피 입니다. 흥행성적 68만 명 관객, 네이버 영화 평점 6.90. 사운드가 안 들린다고 욕을 먹은 영화입니다. 그런데 주연배우가 조진웅과 최우식이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저 같은 분들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조진웅, 최우식, 박희순 배우들이 나오는데 평점이 낮아 볼까 말까 고민하는 분들 말입니다. 제 결론은 이 영화는 클리셰라는 걸 전제하고 욕심없이 보면 괜찮은 영화입니다. 리뷰에는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선과 악의 경계라는 클리셰, 박강윤
영화는 뭔가 특별한 걸 보여주고 싶어한 듯합니다. 악당처럼 보이는 경찰, 박강윤(조진웅)을 등장시키고 그를 몰래 내사하는 최민재(최우식)의 관계만 봐도 그렇습니다. 최민재는 윗선에서 시켜서 박강윤을 내사합니다. 그리고 박강윤은 최민재의 아버지를 알고 있고, 심지어 죽음의 현장에도 있던 사람입니다. 뒤에 나오지만 최민재의 아버지는 박강윤에게도 아버지 같은 인물입니다. 그런 사람의 뒷조사를 하는 최민재의 마음이 편할 리 없습니다. 그렇게 갈등은 시작됩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사하는 박강윤은 나쁜 놈이랑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입니다. 지금까지 빌런 잡는 왕빌런 이야기는 종종 등장했었습니다. 배트맨도 그렇고 국내 드라마 중에서는 빈센조가 그렇습니다. 경관의 피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잡기 힘든 빌런을 잡기 위해서는 자신도 빌런처럼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박강윤을 통해서요. 보는 사람은 헷갈립니다. 박강윤이 빌런st 영웅인지 아니면 진짜 빌런인지 말입니다. 영화를 관통하는 대사 하나를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진짜 경찰이 되는 것과 비겁한 관료가 되는 것. 둘 중에 선택하는 문제야
흔들리는 주인공의 클리셰, 최민재
영화 평점이 안좋은 이유 중에 하나가 사운드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한국 영화도 정확하게 보려고 자막을 켜놓고 보기 때문에 처음에는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눈을 감고 소리만 들으니 사운드 안 좋다는 게 어떤 뜻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자막을 켜고 보길 추천드립니다. 인물들 대사가 좀 뭉개집니다.
이렇게 소리가 흔들리는 경관의 피는 카메라 워크도 흔들리는 기법을 많이 썼습니다. 왜냐하면 주연 최민재의 마음이 딱 그렇기 때문입니다. 뭐지? 이게 맞나? 내가 하는 게 맞나? 박강윤이 정말 악당인가? 이런 갈팡질팡이 영화 중반까지 이어집니다. 그리고 몰래 하는 내사인지라 들킬까 봐 조마조마해 합니다. 박강윤의 안 좋은 면들을 파헤쳐야 하는데 좋은 면들이 자꾸 눈에 보이니 갈등이 되는 것입니다. 이런 내용 전개도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주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최우식 배우의 섬세한 연기력으로 그런 느낌들을 상쇄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흔들리는 주인공에게 박강윤은 얼핏 들으면 맞는 말 같은 대사를 칩니다.
우리 경찰은 말이야 언제나 늘 경계선 위에 서 있어야 해
흑과 백 어느 쪽이어도 안돼
우리가 하는 일은 시민이 지지하는 한
우린 늘 회색지대 위에 서 있을 수 있다
물론 틈을 보이면 세상은 우릴 검은 쪽으로 떠밀겠지
그게 경찰이야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의 클리셰, 우리는 경찰이다
영화의 결말 역시 예상할 수 있습니다. 박강윤은 그냥 악당을 잡고 싶은 마음이 강한 경찰일 뿐이었고 빌런이 아니었습니다. 최민재는 최후에 그런 박강윤의 편에 선 경찰이 됩니다. 마지막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모든 것은 짜고 친 쇼였다'라는 설정이 좀 한숨 나오긴 합니다. 하지만 영화 전체가 클리셰기 때문에 감안하고 감상했습니다. 욕심을 버리면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최후의 최후까지 가려는 박강윤, 그리고 그를 막으려는 최민재. 그리고 그 판은 결국 사전에 이야기된 작전수사였다는 전개. 어떤 신선함을 기대하는 분에게는 이 영화를 추천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력과 딱 2시간 어떤 이야기에 몰입하고 싶다는 분이라면 추천합니다. 뻔한 대사를 쳐도 최우식 배우가 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참 신기한 부분입니다.
반장님이 똑바로 보세요
경찰이 회색지대에 선다고요
반장님은 이미 시커먼 구정물에 빠져있습니다
글 제목에도 말했지만 전 공조2보다 재밌게 봤습니다. 공조2는 뭐랄까 '전편이랑 똑같네'의 느낌이 강해서 재미가 없었지만, 경관의 피는 어디서 본 것 같긴 한데 그래도 혹시 박강윤이 진짜 빌런일까? 궁금해하면서 봤습니다. 공조2는 궁금함이 없었고 경관의 피는 일말의 궁금함이라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영화 마지막 대사는 좀 오글거렸습니다. 그래도 클리셰를 가득 품은 영화라면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걸까요?
허가는 갖다 와서 받자
경관의 피. 나쁘지 않은 영화입니다. 자막 켜고 욕심 내려놓고 배우들의 연기를 즐기면서 보시면 됩니다. 다음 리뷰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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