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멜로무비. 몇 주 째 순위권을 지키고 있습니다. 저는 멜로무비가 오픈되자마자 정주행 했는데요. 오픈 전 2025 상반기 최고 기대작이라고 한 수식어가 무안하지 않았습니다.

잿빛에서 파스텔빛으로 그라데이션 되는 수채화, 영화
멜로무비는 김무비(박보영)와 고겸(최우식)의 만남을 중심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점차 김무비와 고겸의 주변인물까지 이야기를 확장해 나가죠. 고겸은 가벼운 듯 보이는 성격을 가진 캐릭터예요. 영화를 많이 알고 좋아하니까 배우가 되자! 그런 단순한 생각의 흐름으로 영화판에 뛰어들었습니다.
반면 김무비는 입이 무겁고 아무에게나 정을 주지 않으려는 캐릭터입니다. 영화에만 골몰하다 과로사로 죽은 아버지를 원망하고 있죠. 그래서 나름 복수의 의미랄지 아버지를 이해하고 싶어서랄지 영화판에 뛰어듭니다.
전혀 달라 보이는 두 사람의 만남은 잿빛이었던 김무비의 일상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입니다. 김무비는 고겸을 이상하다고 표현하지만 점차 그에게 물들어 가고요. 그리고 이야기의 전개 또한 주인공 커플에서 점차 주변 캐릭터들의 이야기로 잔잔히 번져갑니다.
그 과정이 정말 담담하고 예뻐요. 대사 하나하나 연출 하나하나가 따뜻하면서 연민이 느껴진달까요?

모든 캐릭터가 성장한다, 참 다정하게
제가 무엇보다 멜로무비에서 마음에 들었던 건 모든 캐릭터가 성장형이라는 거였습니다. 김무비는 아버지를 미워하는 마음을 극복했고 고겸은 형에 대한 애증과 연민, 사랑 등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감정들을 결국 마주하고 이겨냈죠. 과거의 연인에 매여있던 홍시준(이준영)은 마침내 연인을 떠나보낼 수 있었고 그의 연인이었던 손주아(전소니) 역시 자신의 꿈으로 한걸음 나아갔습니다.
모든 캐릭터들의 각자의 방식으로 아픔을 마주하고 이겨내는 이런 스토리 전개는 보는 사람에게 나 자신이 성장한 듯한 느낌을 줘요. 뭔가 후련한 성취감과 함께 캐릭터를 응원하고 나 자신을 응원하게 만들죠.
그래서 한편 한편 멜로무비의 에피소드를 볼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위로 받게 되고요. 전 멜로무비가 가진 가장 큰 힘이 이런 다정한 위로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충분히 운 뒤에만 찾아오는
멜로무비에서 인상깊게 본 에피소드는 고겸과 그의 형 고준(김재욱)의 관계에 대한 거였어요. 일단 연기가 말도 안 되고요. 서서히 그 형제에게 동화되고 고겸의 슬픔과 고준의 굳어진 마음을 자연스레 이해하게 됩니다.
고준은 20살이 되었을 때 어린 동생을 부양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어요. 대학도 포기하고 일에 뛰어든 고준은 10년 넘게 자신은 외면한 듯한 인생을 살게 되죠. 어린 고겸의 눈에는 그가 원래 그런 사람인가 보다라고 여겨졌고요.
하지만 고준의 사고가 자살시도였다는 걸 깨닫게 된 이후 형을 보는 시각이 달라집니다. 고준은 뭘 좋아하는 걸까. 고준은 뭘 싫어하는 걸까. 고준은 어떤 삶을 살아온 걸까. 고준은 왜 죽으려고 했을까. 혹시 나 때문일까?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되고요.
결국 고준은 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형이 죽고난 후에야 고겸은 친형에 대해 아는 게 많이 없다는 걸 알게 되죠. 평생을 함께 한 가족인데 모르는 게 많다는 사실이 슬픔과 커다란 부재가 되어 고겸을 덮칩니다. 고겸은 마주하고 싶지 않아요. 형이 없는 텅 빈 집도 더 이상 형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도. 하지만 곁을 지켜준 김무비 덕분에 용기를 내고 형이 없는 그 공간을 마주합니다.
긴 시간을 함께 한 사람이 어느 순간 그 자리에 없다는 건 참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 사실을 직시하고 부재와 함께 계속 살아가는 건 정말 큰 성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홍시준이 얽매여있던 과거의 연인 김주아를 떠나 보낸 것도 마찬가지 맥락의 성장이죠. 김무비가 마침내 아버지를 인정한 것도요.
이렇게 어느 한 캐릭터 놓치지 않고 모두가 성장형 캐릭터라니, 멜로무비에 애정이 더해질 수 밖에요.

마음껏 사랑할 특권, 누구에게나
멜로무비 전 에피소드를 통틀어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가 있어요. 바로
야, 이 지랄같은 청춘들아
입니다.
정말 찰떡같이 어울리는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지지고 볶고 쏟아낼 거 다 쏟아내고, 끝까지 달려가 보는 때가 청춘이라 불리는 이 시기 말고 또 있을까요? 그렇게 울고 불고 겪고 넘어지고 일어나고 다 해야 비로소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게 청춘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멜로무비가 사랑스러운 건 충분히 지랄을 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보는 우리는 저 청춘의 때에 저렇게 마음껏 활개를 쳤었는가 돌아보게 됩니다. 그 시기를 지나고 있는 나이라면 동질감을 느낄 거고요.

멜로무비는 남녀노소에게 추천하고 싶은 시리즈에요.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내내 응원하게 만드는 넷플릭스 시리즈. 배우들 연기는 물론이고 물 흐르듯 진행되는 플로우와 감성적인 화면 연출까지. 물론 현실에서 말이 안 되는 드라마적 요소들도 많아요. 첫 키스한 날 형이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든지, 5년 만에 영화감독이 됐다든지 하는 것들이 있는데요. 멜로무비는 이런 요소들까지도 응원하게 만듭니다.
아직 안보신 분이 있다면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완벽한 비서' 마지막회 결말 : 소금 안 친 곰탕 같은 느낌? (0) | 2025.02.17 |
---|---|
넷플릭스 추천 '스토브리그' 약자를 응원하게 되는 인생법칙 (0) | 2025.02.05 |
넷플릭스 추천 : '중증외상센터' 대세 추영우 + 넷플릭스 아들 주지훈 케미 (0) | 2025.02.04 |
트리거 5회 6회 : 오소룡PD 김혜수 저격 닥터트리거 정체! 한도PD 정성일? (0) | 2025.01.30 |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추천 리뷰 캐스팅, 전개, 결말 모두 완벽! (0) | 2025.01.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