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넷플릭스 드라마 '트렁크'
넷플릭스 시리즈를 정주행 하면서 오랜만에 마음이 울렁거렸네요. 배우들의 연기는 당연하고 전체적인 흐름과 탄탄한 개연성, 그리고 그 안에서 시리즈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가 분명한, 근래 본 드라마 중 손꼽는 추천작입니다.
1화, 2화만 보면 막장 드라마
트렁크의 핵심 소재는 계약결혼입니다. 기간은 1년이죠. 노인지(서현진)는 실적 좋은 계약결혼회사의 차장입니다. 한정원(공유)과의 결혼이 벌써 4번째고요. 그동안 노인지의 결혼상대는 시한부, 게이 등 아 그럴 수 있겠다... 싶은 상대들이었던 걸로 나옵니다.
하지만 한정원과의 결혼은 시작이 좀 달라요 한정원의 전 와이프, 이미 헤어진 전 와이프가 한정원에게 계약결혼을 추천한 것이죠. 이유는 1년 간 게약결혼을 마치면 나와 다시 합칠 기회를 주겠다 이겁니다. 그래서 이거 뭐야 막장이야?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죠.
차분히 들여다보면 보이는 오만 가지 결혼의 행태
먼저 노인지 한정원은 계약결혼입니다. 전 와이프와 그녀의 두 번째 남편 역시 뒤에서 같은 회사의 서비스를 통해 성립된 계약관계라는 것이 밝혀지고요. 그리고 한정원이 일하는 레이블 대표의 가정은 매일 복닥거리고 부대끼는 현실적인 결혼을 보여줍니다. 이혼 부부, 진행형 부부, 현실 부부, 엑스 부부를 동시에 비교할 수 있게 해주죠.
또 있습니다. 노인지를 계약결혼회사로 이끈 발단, 전 약혼자는 양성애자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노인지에게 주구장창 집착하는 스토커도 있죠. 남녀 관계에 대한 상식, 비상식, 집착을 직관적으로 나타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정원(공유)과 전 와이프의 관계. 무시무시한 통제 아래 있던 관계도 볼 수 있고요. 트렁크가 넷플릭스 추천작인 이유는 결혼이라는 제도 또는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면서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기 때문이에요.
어떤 것이 사랑이고 어떤 것이 사랑이 아닌지
한정원의 전 와이프는 자신이 모든 것을 가져야 성이 차는 사람입니다. 통제가 곧 사랑이라고 생각하죠. 모든 사람들을 자기 맘대로 휘둘러야 하는 세상에 단 한 사람, 노인지만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머리털도 쥐어 뜯기고요.
노인지의 스토커는 숭배가 사랑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노인지가 망가지는 모습을 볼 바에야 같이 죽자고 하죠. 스크래치 하나도 견디지 못하는 집착입니다. 이것은 절대 사랑이 아니죠.
노인지와 한정원 역시 자신들의 삐뚤어졌던 사랑에 대한 정의, 이미 죽어버린 마음을 놓지 못하는 미련을 꾹꾹 눌러놓고 있었습니다. 서로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엉켜있던 실타래가 풀리듯 건강하고 올바른 사랑의 모습이 드러나게 되고요.
오브제 하나까지 설계된 넷플릭스 추천작 '트렁크'
이렇게 인물 간의 관계와 갈등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트렁크. 하지만 그것만이 추천 이유는 아닙니다. 오브제 하나하나가 디테일하게 설계되어 있거든요. 텅 빈 공유의 마음을 보여주는 듯 대책 없이 큰 집. 그 마음의 바닥을 딛고 올라가려는 듯 나선형으로 설계된 계단,
그리고 전 가장 소름 끼쳤던 게 높은 천장에서 고고하게 지켜보는 듯 매달린 샹들리에였습니다. 권위, 통제, 감옥 등등 다양한 단어로 샹들리에를 표현할 수 있을 거 같네요. 연출력도 끝내주는 넷플릭스 추천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트렁크를 보지 않았다면 꼭 정주행 하시길 추천합니다. 기대하는 공유와 서현진의 꽁냥꽁냥이 초반부터 나오지는 않지만 서서히 서로를 통해 치유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 상당히 힐링이 되거든요.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명가게 결말 : 쏟아낸 눈물까지 다시 담아준 고마운 드라마 (32) | 2024.12.20 |
---|---|
옥씨부인전 4회 불편 성소수자 소재탓만은 아냐 (26) | 2024.12.17 |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 나에게도 일어날 이야기 (57) | 2024.12.06 |
'지옥에서 온 판사' 로맨스를 가장한 대한민국 양형 돌려까기 (47) | 2024.11.29 |
디즈니플러스 '폭군' 박훈정 감독은 오르막길이란 걸 입증한 시리즈 (37) | 2024.08.19 |
댓글